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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청암인 이예요   2011-08-01 (월)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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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청암인이에요

덕요 / 치문과 - 2011년 봄, 청암지에서 옮겨 싣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덕요라고합니다.”라고했던 인사를 1년이 지난 뒤 다시하게 됐다. 주황색 행자복을 입고 어리둥절해하며 쩔쩔매던 내가 계를 받아 회색옷으로 갈아입고 진정한 청암인이 되어서 여기에 다시 찾아왔다.

‘난 언제 저 회색옷을 입을까?’
‘저대방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시간이 빨리가길 빌었는데 어느덧 1년이 지나 나도 드디어 대방에서 뭘하는지 알 수 있게된 것이다. 밖에서 바라만보며 동경했던 그 생활로 들어온 것이다. 입학 첫날 극락전 대방에서 소임을 짰는데 정통(대중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할 수 있도록 대방에 물, 공양음식등을 준비하는 소임)을 자원했다. 행자시절 공양주 소임을 살 때 정통스님들이 소종옆 공양간문을 열고 햇살을 등진채 앉아서 “안녕하십니까, 정통입니다!”하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음날 대방에서 아침 발우공양을 하기 위해 내려왔더니 청소구역이 대방이라고 공고되어 있었다. 옆에있던 상반스님이 소임과 청소를 물어서 정통과 대방이라고 했더니 그저 웃기만 했다. 웃는 이유를 그때는 몰랐다. 익숙하지 않은 일 두가지를 하려니 정말 정신이 없었다. 20일정도 지나고 나니 손에 조금은 익으면서 그 때 스님들이 웃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특히 4시 청소시간에는 여룡득수에서 대방 걸레를 빨다가 정통 펼 시간이 다 되어가면 내생애 최고속도의 걸레빨기가 시작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자리 찾아서 신발벗기, 가사장삼 길이 맞춰 걸기, 사집반 반장스님 레이더망에 안 걸리기 위해서 수시로 정리해야하는 지대방, 웃으면서 잘해주면서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보는 사교반 스님들의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문은 왜이리 복잡한지 발우내린 후 사용하면 안되는 문, 이부자리 후사용할 수 없는 문도 헷갈리고 하면되고 안되는 것도 많은 것 같다.

행자시절 안 해본일이라 공양주 소임을 힘들어 할 때 어느 스님께서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당신도 그랬다고, 하다보니 시간이 지나더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사미니계를 받고 나니 지금 행자님들에게 그렇게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을 강원에 입학해서 치문반 생활에 정신없는 나에게 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속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매일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6재까지 소임을 살다가 막재때 외출을 갔다. 살면서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많지않다하시며 정말 원하는 길이면 가라고 출가 허락을 하시고선 삭발한 모습도 보시지 못하고 그리워만하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1년이지나 다음달이면 첫 번째 기일이다. 당당히 계를 받고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시리라는 생각으로 ‘윗반스님들도 겪고 지났을 일들일거야’,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거야’라고 나 자신을 다독이고 있다.

그렇다고 힘든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대중운력을하고 먹는 참시간이 이렇게 행복할줄을 몰랐다. 맛도 맛이지만은 행자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당당함으로 눈치보지 않고 먹기도 참 많이 먹는다. 비록 아직 강원의 막내인 치문이지만 나도 이제 어엿한 강원대중의 한 일원이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부처님께선 아는 집에서 탁발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청암사가 제 2의 고향인 나에겐 우리반 스님들보다는 정확한 품목을 좀 더 쉽게 탁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대중에 맞춰서 생활을하고 그 속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가지면서 20여일이 지났다. 우리반 스님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열여섯명이 입산시기, 본사, 출가이유는 다르지만 법당안의 노랑할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같은 이유가 있어서 서로위해주고 아껴주며 행복해하는 것같다. 아직 서로를 잘알진 못하지만 평생의 도반으로 생각하면서 입방인원 열여섯명이 무사무탈하게 졸업하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길이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먹기도 너무 잘 먹고 시끄럽기도 너무 시끄럽지만 도와주는 것도 나서서 해주기에 끝까지 잘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치문반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내평생의 도반들이여, 성불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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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사 덕… 11-12-01 02:02
 
제 글이 여기에 있는걸보고 놀랐어요. 이 글을 쓸때는 입학한지 겨우 20 일 정도 됐을때인데 12월에 들어선 지금 우연히 이글을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많은걸 체험하고 느끼면서 서툴던것이 익숙해지니 사집이 눈앞에 와있어요.
너무나 소중한...그리고 오랫동안 기억될 한해가 될것같아요. 지금도 오후 입선에 경상앞에서 열심히 논강을 준비하는 우리 치문반스님들 화이팅!!!!

세상의 중심에서 소통을 외치다 
삶에 저항하지 말라 -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