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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도 버린 사람들   2011-08-19 (금)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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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도 버린 사람들

도국| 대교과(청암 2009년 여름호에서 옮겨 싣습니다.)

“불가촉천민은 카르마의 논리에 세뇌되어 왔다.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는 것이다. 나에게는 카르마가 없다. 내 스스로 운명을 선택했고 지금의 내 모습이 그 결과이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곳으로 도약했다”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이 책은 서두부터 심상치 않은 예감이었다.

현재 ‘인도의 살아 있는 영웅’이라 불리는 이 책의 저자‘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 최하층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학식과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인물이다.

불교에서도 물론 카르마(업)를 믿으며 내세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악업을 정화시키기 위해 선업을 쌓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불가촉천민들이 믿고 따르는 힌두 교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단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계급에의 해 맹목적으로 자신의 주체성과 존엄성 그리고 영혼마저 모두 맡겨 버린채 아무런 의지 없이 살아간다.

허리춤에 작은 빗자루를 차고 자신이 걸었던 발자국을 지우며 다녀야 하고 짐승도 목을 축일 수 있는 호숫가에서 정작 사람인 그들은 손조차 담글 수 없는 신세이다. 자칫 물이라도 마셨다간 목숨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가촉천민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알지 못하며 또한 알 필요성 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삶이 당연시되어가던 어느 날 인도사회에 한 줄기 생명수와도 같은 존재가 나타났고 그로 인해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암베르카드 박사에 의한 의식의 변화였다. 달리트의 신분(불가촉천민)임에도 불구하고 저자 보다 더 경이로운 고학력을 가진 인물로 20세기 인도의 만민평등 운동인‘바크티운동’을 이끌어냈던 주인공 이기도 하다.

“투쟁하고 궐기하라”를 외치고 또 외치며 때로는 부르짖기까지 했던 그들은 그로 인해 하나가 되어갔다. 세상과 권력자를 향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을 향한 토로였다. 왜 천한 계급으로 태어나야 했으며 왜 세상은 나를 허락 하지않는지….
숨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자신들의 삶을 한탄하며 마음속 아주 깊은곳으로부터 자유를 향한, 그리고 계급의 속박에서 벗어나기위한 갈망이 서서히 인도 전역에 울려 퍼지게 된다. 하지만 이미 뼛속까지 파고들어있던 인도 상류 계층의 권위의식을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른바 모래로 밥을 짓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잡은 동아줄은 다름아닌 개종이었다. 그들은 불교를 선택했다.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평등사상을 중시하는 불교는 불가촉천민의 운명을 바꿔 놓기에 가장 타당하고 충분한 종교였다. 마치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이 되어주었고, 목마른 자에게 우물이 되듯 인도사회에서 불교는 불가촉 천민들에게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게 해주었다.

오늘날 이렇듯 인도 역사의 치명적 악습이었던 카스트제도를 벗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오히려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 하다.
특정 종교와 상류층만을 중심으로 물질적인 부와 거짓된 명예가 판을 치고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뿌리가 이미 썩어가고 있는 나무는 더 이상 푸른 잎을 발할 수 없는게 이치이지 않은가! 서서히 한국형 카스트제도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같아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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