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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싶은가   2011-09-09 (금)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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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싶은가



광용스님 / 서울 성림사 주지


‘지난 80년 보다 오늘 한 나절이 더 길다’라는 말이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어떤 마음으로 삶에 임하는가’를 중시하는 말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으며 세상은 바뀐다 해도 사람의 욕심은 고금이 없다는 시공간의 연계성을 뜻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본질은 ‘늘 여기’에 있다.

1970년대 울진 불영사로 입산했다. 산사의 겨울은 몇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춥고 매섭다. 그해 겨울 영축산 불영계곡 역시 차디찬 칼바람이 거셌다. 그 시절 소승은 20대 초반으로 입산 새내기였고 주지 스님의 시자로 살았다. 현 불영사 선원장인 일휴스님이 주지 스님이었다. 주지 스님은 어느 날 한 신혼부부를 앞에 앉혀두고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스님은 내게 “광용이 네가 생남(生男)불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찬물로 목욕제계를 하고 심신을 정갈하게 한 뒤 그들 부부와 극락전으로 가서 생남불공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소승은 웃음이 터져서 도무지 염불을 할 수가 없었다. 이유인즉, 불공염불을 하는 과정에는 요령을 사용하는 대목이 있는데(소리를 부처님보다 먼저 듣는 것을 불허해서 사용자의 귀 위로 올려 소리를 냄) 그때 소승이 염불을 배운지가 오래지 않아 긴장한 탓에 요령을 만세를 부르듯 높이 올려 흔들었던 것이다. 느낌이 이상해서 옆 눈으로 나란히 서있는 생남불공 주인공을 살펴보니,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부부가 한 팔씩을 높이 올려 나의 요령 흔드는 모습을 따라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하지 말고 절만 하세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웃음을 참느라 끙끙 거리다가 그만 염불하는 것마저 잊어버렸다. 그 때 염불의 앞뒤가 꽉 막혀 쩔쩔매다보니 웃음도 달아나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났다. 어쨌든 그렇게 불공은 마무리됐다.

결론은 그들 부부가 생남을 했다는 것이다. 잊고 있었는데 몇 달 후 생남불공을 올렸던 부부가 다시 불영사에 왔을 때, 정성 담은 불공 덕분에 아들을 얻었다며 과일 한 바구니를 사왔다. 벌써 35년이 흘렀다. 지금은 서울에 성림사라는 도량에서 주지를 살고 있다.

어느 날 30대 여성이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느냐”고 했다. “차 한 잔 드시러 오세요”라고 하니, 그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직장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서 통장으로 불공비를 넣었다고 했다. 정성으로 축원을 올렸지만 그 후 소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 아이를 갖지 못한 듯하다.

20대 때 서툰 염불을 하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정성이 뭔지도 모르면서 생남불공을 올렸고, 이제는 제법 염불도 잘하고 정성도 많이 기울였다. 하지만 결과는 상반적이다. 아이를 얻고 싶은 마음은 전자의 부부나 후자의 부부나 똑같을 진데, 마음과 몸 정성의 깊이나 순수함은 산사와 도심사찰의 신도들의 신심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불자님들이여, 자식은 낳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 불교의 인연법을 바르게 아는 것이리라. 우리가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정성들여 치장을 하건데 하물며 평생 함께 할 자식을 얻고자하는데 어찌 부모로서 그저 쉽게 얻으려 하는가.
[불교신문 2693호/ 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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