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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살기   2011-09-23 (금)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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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 살기


대중이 화합하는 것은 승가의 기본원칙이다. 그런 까닭에 스님들은 어지간하면 서로 허물을 말하지 않고 미움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좋은 의도로 말한다 하여도 자칫 오해를 불러 시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들끼리 간혹 “선방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안거중에 시비가 생겨 대중의 일부 또는 전부가 안거처를 떠나 처음 안거를 시작했던 대중이 원만히 회향을 하지 못하였을 때에 해당한다.

정월 보름 겨울안거를 마친 수좌스님들이 걸망을 지고 나와 은사스님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도반들을 만나 한철 수행의 결실을 나누는 만행철이다. 정진의 기운이 충만한 도반스님들의 면모를 대하면 부럽고 감사하기 이를데 없다. 정진을 잘 마쳤다는 이야기가 반갑지만, 몇 군데 불화의 소식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역시 ‘말’로 인한 시비가 원인이 되었단다.

스님들이 모이면 하루를 지내든 평생을 같이 살든 ‘소임’을 뽑는다. 승가의 소임자는 화합할 수 있는 스님이라야 한다. 그래서 수계의 기준이 되는 법납 순으로 소임을 정하지만, 대중을 책임지는 입승(入繩) 소임만은 조실스님의 지명이나 대중의 추천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입승은 목수들이 사용하는 먹줄을 퉁기는 도구와 동의어로, 대중살이의 기준과 원칙을 담당한다. 대중생활의 기준과 원칙은 입승 소임자가 맡지만 화장실 청소에서 법당 예불 올리는 것까지 모든 소임과 소임자에게는 기준과 원칙이 있고, 이 기준과 원칙이 지켜질 때 대중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화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잘못된 일을 묻어두거나 덮어두는 경우가 있다면, 그 화합은 실로 위태로운 것이어서 언제 깨어질지 알 수 없다. 소임자의 평등심이 무너지고 직분이 지켜지지 않을 때 대중은 불안하게 되고 승가의 수행과 위상도 흔들린다.

모든 사람에게 역할이 있듯이 스님들도 소임을 피해갈 수 없다. 수행정진을 잘 하는 것이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지만, 소임을 잘 사는 것 또한 불은에 감사하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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