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출가이야기 > 산사이야기

49재   2011-09-30 (금) 10:44
운영자   4,037





응담스님 49재날

연말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큰절(수덕사)에 갔다. 1월 1일이 뜻밖에 응담(應潭) 노스님의 49재날이었다. 다비식을 마치고 한번도 재에 참석하지 못했고 스님이 떠나셨다는 생각조차 아직 가슴에 심어지지 않았는데, 어느덧 시간은 벌써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스님의 방문고리에는 여전히 스님의 손때가 그대로 남았고 도량 곳곳에는 스님의 발자취가 지금도 뚜렷한데, 무상(無常)을 업으로 사는 출가인이지만 시간은 아프도록 빨리 지나가고 있음을 다시 실감했다.

인사를 드리려면 잘 받지도 않으시고 어쩌다 굳이 절을 받게되시면 “한번만 해, 한번만!”하고 큰소리로 말리시며 결코 삼배를 받지 않으시던 고집스러움. ‘노스님’이란 호칭으로 만족하며 군더더기 없는 일상을 지내셨다. 산중의 어른들이 대부분 그러하시듯 당신의 상좌와 시봉에게는 더 엄한 모습을 보이시곤 했었다. 그래서 그럴까 당신의 상좌들은 당신이 살아계신 듯 당신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 때로 고명한 ‘큰스님’의 유언도 그 제자들과 문중의 이해에 따라 종종 무시(?)되고 평소에 소박했던 큰스님들의 바램은 화려함과 거대함의 규모로 탈바꿈하곤 하는 것을 보기도 하는데….

“49재등 어떤 제사도 지내지 말라.…너희들이 내 상좌라면 내가 이야기한대로 꼭 지켜주기 바란다. 거듭 당부하니 소홀히 하지 말라.”

수덕사 산중스님들은 노스님을 모시고 산 ‘도리’로 조촐한 49재를 마련하였지만 교계신문에 실린 당신의 유언대로 당신의 시봉들은 근처에 사는 몇 분을 제외하곤 49재에 참예하지 아니하였다. 능력과 여건이 남 같지 않은 스님들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노스님의 시봉들은 명리나 능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소중히 하는 겸허한 모습으로 제자의 도리를 다했다.

출가사문이 출가인다운 삶을 살다가고 그 남은 제자들이 스승의 뜻을 따라 출가의 도리를 지켜가는 모습이 같은 먹물옷을 입은 사람에게도 신선하고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불성 있다고 부처 아니다 깨달아야 부처다 
소임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