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부처님을 내세운 부스에 몰려든 청년들
힙한 부처님을 내세운 부스에 몰려든 청년들
불교 굿즈들도 점점 다양해진다.
불교 굿즈들도 점점 다양해진다.

불교신문과 BBS부산불교방송이 주최한 2025부산국제불교박람회에 대한 호응이 한여름 열기만큼 뜨겁다.

둘째 날인 8월8일 벡스코 제1전시장 1홀은 시작 전부터 인파로 붐볐다. 확대된 규모만큼 방문객들이 늘어났기 때문. 8월7일 개막일 참가인원이 작년에 비해 50% 증가했으며, 둘째 날인 8월8일, 금요일임에도 오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개막알부터 조기 마감된 이벤트 부스.
개막알부터 조기 마감된 이벤트 부스.

특히 박람회 측이 준비한 ‘히든 담마’ 챌린지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 ‘히든 담마’ 챌린지는 박람회 현장에서 8가지 과제를 수행하며 ‘바른 노력’, ‘바른 견해’, ‘바른 생각’, ‘바른 언어’, ‘바른 행동’, ‘바른 생계’, ‘바른 기억’, ‘바른 삼매’로 이뤄진 8장의 팔정도 카드를 모으는 ‘팔정도 카드 체험’이다. 8장의 카드를 수집한 사람에게 하루 50개 한정인 가피박스를 준다. 또 참가자들이 ‘나만의 화두’를 찾고 이를 목걸이로 만들기 이벤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작 전부터 길게 늘어선 입장 줄.
시작 전부터 길게 늘어선 입장 줄.

개막 첫날 이벤트 참여자가 614명으로 집계 됐고, 오늘(8월8일) 오전8시부터 하루 50개 한정인 가피박스를 받기 위해 참가자들이 이벤트부스 앞에서 줄을 섰다. 또 심주 목걸이 체험도 200여 명이 참여하면서 오전 중에 소진됐다.

인기 부스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북적였다. 힙하고 아기자기한 굿즈를 판매하는 부스와 사찰음식 코너, 명상체험 부스에 MZ세대들이 몰렸다. 단주를 구입하거나, 가방에 거는 액세서리, 부처님 그림에 힙한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집에서 장식하기 좋은 굿즈들을 앞다퉈 사갔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는 “작년부터 개구리 굿즈를 사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오다가, 부산까지 왔다”며 예쁘고 귀여운 굿즈들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외가가 범어사 신도이며, 자신도 불자라고 밝힌 박은정(25)씨도 “SNS에서 불교박람회 소식을 접했다. 서울에서 열린 불교박람회는 일정 때문에 못 갔는데, 고향 부산으로 오는 날이 박람회 일정이랑 겹쳐서 사전 예약을 하고 친구와 왔다”고 한다.

20대 중반 최지수, 김제니 씨는 무교지만 박람회에 힙한 아이템들이 많다는 소식을 SNS로 접하고 함께 왔다고 한다. 최지수 씨는 “운 좋게 석굴암 본존불도 당첨되고, 부적도 사고 여러 가지 굿즈들을 많이 샀다”며 “주류박람회나 문구박람회 등 여러 박람회를 방문했는데, 불교박람회는 물건 가격도 크게 부담되지 않아서 좋다”며 풀소유의 즐거움을 말했다.

정토불교대학 부스에도 노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의 인기를 드러냈다. 법륜스님 유튜브 출연 화면이 재생되는 가운데, 에코붓다, 행자원, JTS, 행복학교, 정토출판까지 정토회의 모든 활동을 소개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불교박람회 인기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는 이른바 ‘불교코어(Buddhism-core)’에서 비롯됐다. 불교코어는 단순한 종교콘텐츠를 넘어 불교철학과 사상을 생활양식과 결합해 불교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트랜드이다. ‘열반’ ‘붓다’가 쓰인 키링, 서핑을 하고 스노보드를 타는 부처님 머리 위로 ‘Keep the balance’가 새겨진 티셔츠, ‘깨닫다’ ‘중생아 사랑해’와 같은 문구가 적힌 티셔츠들이 잘 팔리는 것은 귀엽고 힙함을 선호하는 청년들 취향을 잘 맞춘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공(空)이나 무아, 명상, 여백 등 MZ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은 무상, 고, 무아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적 감성과 생활에 접목을 시키고, 이런 가치관에 따라서 소비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차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무원 포교부도 레트로풍 스티커를 제작해서 나눠주며 신도등록 홍보에 나섰다.
총무원 포교부도 레트로풍 스티커를 제작해서 나눠주며 신도등록 홍보에 나섰다.
출가부스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방문객이 찾아왔다.
출가부스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방문객이 찾아왔다.
출가부스에서 기념촬영하는 관람객.
출가부스에서 기념촬영하는 관람객.

총무원 포교부가 운영하는 ‘출가’부스에서 2030 여성들을 만나 상담한 출가상담사 은산스님은 “출가에 대한 의지보다, 불교에 대해 묻는 경우가 더 많다”며 “앞서 무소유 뜻을 물어보는 청년이 있었는데, 변하기 때문에 잡을 수 없어 무소유이고, 잡을 수 없으니 얽매이지 마라고 설명하니 단박에 알아차렸다”는 경험을 전했다. 스님은 “요새 청년들이 템플스테이에 관심 많고, 불교박람회에도 많이 오는데, 이들에게 불교문화의 주변이 아닌 부처님 가르침의 요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해도 금방 이해한다”며 템플스테이나 박람회를 스스로 찾아온 청년들에게 부처님을 바로 전하는 시도를 해보자고 말했다.

심주목걸이 체험하는 관람객들.
심주목걸이 체험하는 관람객들.
혜원정사 사찰음식 전시관.
혜원정사 사찰음식 전시관.
쿠무다 카페는 지친 관람객들의 쉼터였다.
쿠무다 카페는 지친 관람객들의 쉼터였다.
정토불교대학 부스 관람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토불교대학 부스 관람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차를 마시는 관람객들
차를 마시는 관람객들
홍법사 사찰음식 부스 모습.

 

 

부산=어현경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 eonaldo@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