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에 계시는 한 스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용인즉, 미국인 한 젊은 남성 재가자가 출가를 원해 한국으로 보내려 하니 화계사 국제선원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스님께서는 그 젊은이가 일요일마다 절에 나와 법회에 참석하고 절에서 울력도 열심히 하던 신도라고 하셨다. 또 화계사에서 머무르며 한국에 적응하고 있으면 얼마 후 입국해 행자 생활을 하도록 하겠다며, 종단과도 이야기가 됐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미국인 젊은이의 출가를 위한 절 생활이 시작됐다. 그리고 스님의 부탁대로 그 젊은이가 잘 지내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가끔 물어보며 살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그 젊은이가 한 미국인 여성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당시 화계사 국제선원에는 한국에서 어학원 교사로 일하는 젊은 외국인 여성들이 일요 명상 법회에 많이 참석하고 있었기에, 그중 한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젊은이가 이후 갑자기 말없이 사라져 버렸다. 한국에는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이 사라졌다니,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학원 강사로 간 것인가?’라는. 미국에 계신 스님께 바로 연락해 모든 상황을 말씀드리니, 그분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신심이 깊은 청년이라고 안타까워하셨다. 그 뒤에도 스님께서는 또 다른 미국인 젊은이를 출가시키기도 하셨다.  

며칠 전에는 캐나다에서 온 젊은 남성이 사찰 안내소로 들어와 출가하고 싶다며 어떤 분과 상담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기에, 나는 곧바로 아는 스님께 연락 드려 출가 희망자가 있는데 받으시겠는지 여쭤보았다. 스님께서는 이분의 나이와 국적 등 몇 가지 신상 정보를 물어보셨다. 잠시 후 스님께서 다른 스님들과 상의하신 뒤, 절로 보내라고 답해 주셨다. 스님들께서는 그렇게 끊임없이 불제자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 계신다.

요즘은 출가 후 생활이 출가 전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다고 느껴, 행자 교육을 받고 바로 절을 떠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스님 한 분이 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는 출산율도 낮아져 출가 지원자도 턱없이 줄어들었기에 이 또한 불교가 당면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불자 한 분 한 분의 전법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출가에 뜻이 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적극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숭산 스님 생전에는 화계사에 외국인 행자님들이 있어서 행자 교육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한글을 가르쳐 드리기도 했다. 합격한 행자님이 잿빛 승복으로 환복한 모습을 뵙고 기뻐했던 기억이 나지만, 요즘은 외국인 행자님도 드문 듯하다. 

아무튼 그 젊은이가 면담 후 바로 주지 스님으로부터 허락을 받고 행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디 이분이 부처님의 바른 제자로 중생제도하는 큰스님이 되시기를 일심 발원해 본다. 

 

 조진화 / 국제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