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부터 29세까지 청년들
단기 출가 입방...삭발 염의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108배
동참 및 차담도 예정돼 있어


‘파르라니 깎은 머리’ 아닐지라도 수년간 길러온 긴 머리가 한 움큼 ‘싹둑’ 잘려나가는 소리에 절로 눈이 질끈하다. 속세의 번뇌를 잘라내고 출가 수행자로서 ‘일로정진’에 들어서는 첫 번째 의식, 삭발식을 치른 신입 행자들 얼굴 위로 늦겨울 찬바람이 아릿하게 스친다. 무명의 풀(무명초)을 베어낸 20대 남녀 18명이 풋풋한 청춘을 잠시 뒤로 하고 6일 간의 출가 생활을 시작하는 날, 신입 행자들 얼굴엔 복잡다단과 설렘의 파동이 가득 일었다.
서울 조계사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청년 대학생 단기 출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출가열반절을 맞아 2월25일부터 3월2일까지 6일 간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심사를 거쳐 선발된 남행자 9명, 여행자 9명이 참여한다. 20세부터 29세까지 총 18명의 청년들이다. 신입 행자들은 입교 첫날인 2월25일 대웅전을 찾아 가장 먼저 조계사 부처님께 예경하고 도감, 교수사, 습의 등을 담당할 조계사 스님들께 삼배했다.
부주지 탄보스님은 출가를 허락하며 “처음 발심할 때의 그 마음이 곧 깨달음이라는 말처럼 불교를 배우고 수행 생활을 경험하겠다고 결심한 여러분은 이미 부처님 제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절이 낯설고, 합장이 어색하더라도 “반갑게 환영하겠다"는 인사도 마저 전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는 보살로 계율을 청정히 지키겠다는 ‘대승원력 10계’를 합송한 행자들은 각각 갈색과 주황색 행자복으로 갈아입고 잘라낸 무명초와 함께 세속의 옷과 휴대폰 등을 상자에 담으며 출가 수행자로 예를 갖추겠다 약속했다.
“저희 안에 온갖 근심과 걱정을 버리고 작은 소유에도 만족하며 몸과 마음을 청정히 지키겠습니다. 신중하고 진실한 자세로 수행 정진에 임하겠습니다.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을 받들어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 화합하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로 거듭나겠습니다.”
이들은 이날부터 매일 새벽 3시30분 어둠 속 도량석을 시작으로 사물과 예불, 108배, 포행, 선명상, 사경 등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몸과 마음을 다해 익히고 새긴다. 당선 후 900일 넘게 108배를 이어가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따라 매일 아침 절 수행에 동참하는 특별한 시간도 갖는다. 지도 법사 스님들로부터 출가 수행자의 습의 등을 직접 배우는 한편 스님들의 ‘출가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고민을 나누는 기회도 마련된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6일의 시간, 삭발 염의한 조계사 신입 행자 18명이 잠시나마 세속을 등지고 화두 참구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