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흙수저 동일 선상에서 출발, 매력적인 길" 두 스님이 전하는 출가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3-24 14:23 조회2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금수저·흙수저 동일 선상에서 출발, 매력적인 길" 두 스님이 전하는 출가 이야기
통도사· 동학사 학장 스님들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 출간
두 스님이 말하는 '출가할 결심'
"세상엔 답 없어... 출가는 감동"

명오 스님은 "책을 통해 출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두려움이 아닌 현실 출가를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민족사 제공
"출가는 단순히 머리를 깎고 사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번뇌와 미혹에서 벗어나 '나는 누구인가'를 간절히 찾는 길입니다. 길 잃은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찾아 나서듯, 망설임 없이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출가의 본질입니다."(인해 스님)
"속가를 떠나온 나를 구속할 사람은 누구도 없고, 나 자신과 대면할수록 성장하는 나를 느꼈습니다. 수행법은 다양하고, 내가 선택해서 잘하든 못하든 묵묵히 가면 된다.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불법(佛法)에서는 모두 다 공부 아닌 것이 없어요."(명오 스님)
저출산의 여파는 절집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999년 534명에 달했던 출가자 수는 2023년 84명으로 급감했다. 바야흐로 '출가 절벽'의 시대, 출가 수행자를 교육하는 승가대학의 학장 스님들이 자신들의 '출가(出家)' 이야기를 전하려 나섰다. 최근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를 펴낸 인해(52) 스님과 명오(55) 스님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불교의 '출가'는 나와 세상 사람의 행복을 위한 수행의 길"이라며 "선택받은 사람들만 가는 길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용기를 가진 이들에게 열려 있는 길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해
스님과 명오 스님은 각각 전통사찰 통도사와 동학사 승가대학에서 학장을 맡고 있다.
기획부터 집필, 출간까지 1년여 공을 들여 완성한 책에는 두 학장 스님이 출가를 결심한 사연과 과정, 수행자 생활뿐 아니라 수행자로서 고민과 행복 등이 담겨 있다. "출가 생활은 감동의 도가니였어요. 이 길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멋진데 무겁고 외로운 길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저출가 시대잖아요. 출가할 결심을 한 이들에게 현실적인 출가 안내서로 읽혔으면 합니다.(명오 스님)"
"출가는 단절 아냐... 삶의 방식 중 하나"

인해 스님은 "세상이 험난해질수록 진리를 구하는 수행자의 존재가 귀하다"고 강조했다. 민족사 제공
출가는 '집을 떠난다'는 의미다. 두 스님은 왜 누군가의 '아들'과 '딸', 부모가 지어 준 이름과 삶을 떠났으며 그것이 왜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위로 언니 두 명이 비구니이고, 어릴 적 유일한 장래 희망이 스님이었던 명오 스님에게 출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한다. 명오 스님은 "누군가에겐 두렵고 겁나는 일일 수 있지만 나에겐 구속할 사람 누구 하나 없는, 나와 대면하는 자유의 길처럼 느껴졌다"며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 등 넘기 힘든 산도 여러 번 있었지만 나에게 꼭 맞는 매력적인 옷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인해 스님은 "세속에 살면 퇴직을 해야 하는데 출가 수행자는 퇴직이 없다"며 "선지식으로 깨달으면 삶의 만족도도 대우도 높아지니 세상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에게 출가 생활은 본질적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출가의 본질이지요. 다행인 점은 '금수저'든 '흙수저'든 출가하면 똑같은 선에서 출발한다는 겁니다. 해 볼 만하지 않나요."(인해 스님)
"저출가 시대... 수행처는 변화 중"

책 '우리는 왜 스님이 되었을까'. 민족사 제공
저출가 시대, 사찰에서 예비 스님들을 교육하는 일에 헌신해 온 두 스님은 세상사가 서로 의존하고 연결돼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산문 밖의 인구 감소 문제가 출가자 수 감소로 이어지고 출가 공동체도 변화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가자가 급감하고 출가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다 보니 출가 생활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MZ세대 스님들은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육체적 경험을 과거보다 힘들게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귀한 출가자 한 명, 한 명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특별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내실을 키워야 해요."(명오 스님)
명오 스님의 진단에 인해 스님도 덧붙였다. "출가자가 감소하는 현상은 사회가 점점 물질 중심적으로 흐르면서 내면의 행복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약해졌기 때문이에요. 다행인 것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흐름 속에서도 정반대 길을 선택하는 눈 밝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출가 이야기는 이어질 겁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