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상반기 핵심 종책 추진
참가자 출가 전환율 20% 달해
사찰 특색 살린 프로그램 눈길
하반기 범어사·신흥사 등 개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핵심 종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기출가학교가 올해 상반기 전국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본격 운영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참가자 중 출가를 결심한 이들이 잇따르면서 ‘출가 인재 양성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수덕사와 선운사에서 첫걸음을 뗀 단기출가학교는 올해 동화사와 진관사, 운문사에 새롭게 개설됐다. 여기에 월정사와 수덕사, 선운사, 봉녕사, 붓다선원 등도 꾸준히 출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구본사와 수행도량이 거점이 돼 출가 희망자를 발굴하고, 체험 이후 상담과 멘토링으로 실제 출가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동화사 제1기 무문 단기출가학교에서는 수료생 15명 가운데 2명이, 거창 붓다선원 제4기 단기출가학교에서는 13명의 수료생 가운데 2명이 정식 출가를 발원했다. 운문사 제1기 바라밀출가학교에서도 수료생 13명 중 3명이 출가, 1명이 은퇴출가를 서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자들의 잠재 출가 전환율이 약 20%에 달해 출가학교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사찰별 수행 전통과 특성을 살린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점도 주목된다.
월정사는 2004년부터 이어온 출가학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달 가량의 장기 과정으로 깊이 있는 수행을 제공한다. 수덕사는 덕숭총림의 선풍을 바탕으로 보살행학교를 운영하며 참선과 삼보일배, 관음정근 등 선수행을 중심에 뒀다. 선운사는 ‘쉼, 그리고 시작’을 주제로 어린 학생부터 고령자까지 폭넓게 품었고, 동화사는 참선과 산내 암자 순례, 삼보일배 등 수행 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운문사는 비구니 수행공동체의 전통을 살린 바라밀출가학교를 통해 여성 수행자 양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봉녕사는 차명상과 요가선명상 등 현대적 치유 프로그램을 접목하고 있다.
이처럼 각 사찰은 ‘출가학교’라는 이름 아래 선과 계율, 명상, 사찰음식, 차명상 등 저마다의 수행 전통을 살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종단 역시 이러한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수 수행과 교육과정은 표준화해 전국 어디서나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참가자의 폭도 크게 넓어졌다. 과거에는 불자들이 수행 체험을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거나 직장과 인간관계에서 지친 청년, 은퇴 이후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중장년층 등 다양한 계층이 출가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실제 참가자들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출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소감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이는 출가학교가 출가자 양성뿐 아니라 현대인들의 마음 치유와 수행문화 확산이라는 사회적 역할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반기에는 출가학교가 더욱 확대된다. 수덕사는 오는 10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제3기 보살행학교를 운영할 예정이며, 선운사도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3기 단기출가학교를 개최한다. 상반기 첫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동화사도 제2기 출가학교를 준비하고 있으며, 범어사와 신흥사도 새롭게 출가학교를 개설해 영남권과 강원권까지 출가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범어사 단기출가학교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석산 스님(범어사 선문화관장)은 “출가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시대에 불교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참가자들이 불교를 마음 깊이 느끼고 신심을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교부는 상반기 성과를 바탕으로 출가학교를 ‘전(前) 출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구축하기 위해 △운영 사찰 간 교육 콘텐츠 공유 △표준 운영지침 마련 △지도법사 교육 △참가자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포교부 관계자는 “올해는 프로그램 내용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출가학교를 실제로 개설하고 운영 기반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사찰마다 시설과 인력 등 여건은 다르지만 기본 틀은 통일하고, 각 사찰의 상황에 맞게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의미 있는 출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도 더 많은 교구본사에서 권역별 출가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할 계획”이라며 “출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출가를 체험하고 수행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하성미·박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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