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우직하게 ‘계율 청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11-25 11:41 조회8,48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늘 우직하게 ‘계율 청정’
도반을 생각하면 대경(大鏡)스님이 먼저 떠오른다. 대경스님은 계율이 청정하고 지혜와 자비심이 충만하여 부족한 내가 같이 살면서 닮고 싶은 도반이다. 그런데 같이 살고 싶은 도반은 저 멀리 대만에 살고 있다.
그는 강원, 율원, 선원 그리고 송광사에서 소임까지 보다가 느즈막하게 대만에 유학 가더니 지금은 대만 복원불학원(福園佛學院)에 입학하여 이제 3학년이라고 한다. 지난해에 불학원 선배스님들이 졸업여행을 한국으로 오는데 안내를 거절을 못하고 잠시 귀국하여 오랜만에 길상사에서 만났다. “내가 이제 5년 동안 대만에서 계율공부도 했으니 귀국해서 같이 살자”고 했더니 눈만 껌벅 껌벅하며 대답이 없었다.
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리고 어딜 가든 한 곳에서 3년 이상을 살고 떠나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우직하고 속이 깊은 수행자다. 이렇게 떨어져 살고 있으니 더욱 그가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는 송광사 행자 때 만나 강원생활과 선원에서 그리고 길상사에서 두 철을 같이 지내고 헤어져 이젠 나 혼자 짝 사랑하는 도반이다.
나의 도반 대경스님에 대한 추억은 남다르다. 그의 출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로 기억한다. 스님의 속가가 전남 함평인데 출가할 때 아버님의 허락을 받고 삭발을 하고 집에서부터 송광사까지 걸어서 오면서 추수 일을 도와주고 밥을 얻어먹으면서 길에서 잠을 자며 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은 남루하여 간첩 같아서 주민의 신고로 파출소에 몇 번 잡혀갔다가 풀려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왔다고 했다. 출가는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는 그의 신심은 대단했다. 잠이 많은 스님은 정초 철야 기도하다 졸려 목탁을 떨어드려 발등을 찍으면서도 동참을 한번도 빠지지 않는 뚝심있는 스님다운 스님이다.
〈선가귀감〉에 “출가하여 수행승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나 지위 혹은 재물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이어 끝없는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는 출가하여 행자 때부터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고 늘 낡은 옷을 즐겨 입었고 양말과 속옷은 꿰매 입으며 두타행을 했다. 그를 볼 때마다 나의 신심을 반조해 보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는 인욕보살이다. 명예를 쫓지 않고 대중들이 싫다고 하는 소임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대만에 가서도 고참인데도 불구하고 공양주와 부전을 자청하여 살고 있는 하심(下心) 제일의 스님이다.
그러면서 짜증을 한번 내지 않는 그는 보살의 화신이자 참된 수행자의 모습을 실천는 그 자체였다. 또 스님은 항상 가슴이 따뜻하고 자비심이 충만하다. 선원에서 정진하고 받은 해제비를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거지가 한푼 달라고 하니 호주머니를 털어서 보시하는 무소유의 향기가 가득하다. 그를 보면서 어떨 땐 답답해서 잔소리를 하면 미소만 지을 뿐, 말이 없는 스님의 넉넉한 마음에 기대고 싶다.
모든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도와주고 행복하게 해주니 싫어할 사람이 있을 턱이 없다. 얼마 전에 만난 이해인 수녀님이 “요즈음 믿을 사람은 없고, 오직 하나님과 부처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웃었다. 요즘처럼 진실과 거짓이 뒤범벅이 된 세상에서 한번 맺은 인연을 좀처럼 저버리지 않는 신의가 있는 대경스님! 지혜와 자비가 가득한 나의 도반 대경스님이 있어 나는 늘 행복하다.
덕조스님/ 서울 길상사 주지 [불교신문 2236호/ 6월14일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