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팔방미인 도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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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7-15 12:49 조회10,0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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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올해로 다섯 번째 산사음악회를 개최했다.
이제는 서산지역에서 음악회를 이야기하면 ‘부석사 산사음악회’가 자동적으로 거론된다. 우리 음악회가 명실공히 서산지역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유명가수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 소박한 운영 가운데서도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더욱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처음 음악회를 계획할 때 무엇보다 출연자의 지역연고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우리지역에서 나고 성장한 사람, 그리고 현재 연고를 맺고 활동하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섭외하기로 하였다. 예술인들과 그들의 가족 친지들이 자신들의 터전인 이곳에서 공연무대를 함께할 기회는 거의 전무하였다. 그래서 격식을 갖춘 제대로 된 무대는 아닐지라도 모두가 편안하고 즐겁게 어우러질 소탈한 자리를 희망했었다. 면소재 고등학교의 음악선생님이 전체행사를 주관하였는데, 나에게도 불교관계 출연진 섭외의 역할이 떨어졌다.
그때 제일 먼저 연락을 드린 분이 바로 도신 스님이었다. 도신 스님은 시원스런 목소리에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다양한 활동으로 종단 내외에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진 가수스님이었다. 이미 몇 장의 음반을 발표해서 불교음악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상당히 유명한 스님이다.
더욱이 도신 스님은 그때도 서산 서광사 주지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찾아가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우선 전화로 부탁을 드렸는데 너무나 시원스레 승낙을 해주셨다. 더하여 처음 시작하는 음악회에 도신 스님 절의 신도들이 많이 참석해서 도움을 주었고,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스님의 노래는 늘 최고의 인기를 얻곤 했다.
도신 스님은 노래뿐 아니라 염불도 아주 잘한다. 염불 잘하는 스님이 노래도 잘하고, 노래 잘하는 스님이 염불도 잘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도신 스님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신 스님을 처음 본 것은 1986년 봄 덕숭총림 수덕사 선원인 정혜사에서 만공 스님 다례를 모실 때였다.
당시 나는 초심출가자로 후원(부엌) 소임을 맡아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명옷에 풀을 먹여 잘 손질한 승복을 입은 스님 몇 명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말과 행동이 산중생활에 푹 젖은 듯 무척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들이었다.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완숙한 품행을 갖출 수 있었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바로 도신 스님과 정묵 스님 등 그 도반들이었다.
타지에 나가 있다가 큰스님 다례를 맞아 다니러 왔던 것이었다. 수덕사에서는 일명 ‘공포의 법랍(스님이 된 후부터 세는 나이)’이라는 말이 있다. 워낙에 동진출가자(어려서 출가하는 스님)가 많아 스님들 나이에 비해 법랍이 많아서 생긴 말이다.
보통은 출가가 빨라도 고등학교를 마치는 20세 전후인데, 동진스님들의 경우 대개 13세에 계를 받는다. 이 동진출가자를 일명 올깨끼라고 한다. 이산 혜연 선사 발원문에 나오듯이 ‘아이로서 출가하여 귀와 눈이 총명하고 말과 뜻이 진실하며…’ 동진스님들은 뼛속부터 온전하게 승려의 생각과 모습, 행동을 갖추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도신 스님과 그 또래의 동진스님들은 현대의 마지막 동진의 맥을 잇고 있는 스님들이다. 위로 방장스님과 많은 어른, 선배스님들이 동진출가자이다. 하지만 도신 스님 또래들 이후로는 설사 절에서 어릴 때부터 성장했다고 해도 고등학교를 마치고 계를 받았기 때문에 13세에 계를 받은 동진은 더 이상 없는 것이다.
사실 도신 스님과 나는 연배가 같다. 그렇지만 대학을 마치고 출가를 한 나보다 도신 스님은 거의 10년이나 법랍이 위이다. 그래서 출가하고 10여 년간 도신스님과 그 도반들은 감히 바라보기도 어려울 만큼 멀고 높게 있었다. 염불과 기도, 의식, 소임 등 무엇을 해도 풍부한 경험과 익숙한 솜씨로 척척 해내는 능력이 있었고, 어른스님들과의 옛 인연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며 이야기들이었다.
또 도신 스님은 노래 외에도 재주가 상당히 많다. 우선 무술실력이 수준급이다. 어린시절 키가 작고 힘이 부족해 괴롭힘을 받아 운동을 시작했는데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또 바둑실력이 아마 5단에 이른다고 하고, 중광 스님께 배운 그림실력도 예사롭지 않다.
대체로 동진출가의 스님들이 한두 가지 특기를 가진 경우는 있어도 도신 스님 같은 팔방미인은 정말 찾아보기가 드물다. 입적하신 전 총무원장 법장 스님의 상좌인 도신 스님은 은사스님에 대한 절절한 정을 담아 ‘나의 스승 법장 스님’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동진출가의 도신 스님에게 법장 스님은 ‘스승이자 아버지’였던 것이다. 법장 스님이 주석하시던 서산 서광사의 중창불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종단의 포교연구실장 소임을 맡아 서울생활을 한 지 1년여, 누구보다 바쁜 원력의 나날을 지내시는 것 같다.
______추신. 가을이 되며 더욱 많아지는 스님의 노래공양 초청 때문에 스님의 일정표에는 빈틈없이 메모가 가득하더군요. 바쁜 중에도 건강 잘 챙기시고 늘 중생들에게 기쁨과 힘이 되는 노래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______
주경스님 글을 불광 397호에서 옮겨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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