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다고 좋아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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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3-14 04:04 조회6,922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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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서 온 편지
“눈 내린다고 좋아하면 안돼”
성원스님 / 제주 약천사 주지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유난히 눈을 좋아하다보니 너른 도량에 눈 치우는 일도 즐겁기만 하다. 유난히 많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도 눈을 치우다보니 겨우 통행로만 확보하고는 벌써 지쳐 쉬어야 했다. 그 쉬는 틈에 눈 덮인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시작하자 평소 입이 무거우신 처사님이 스쳐 지나며 한마디 했다.
“주지스님! 눈이 내린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좋아해도 스님은 좋아하면 안 됩니더, 눈 오면 사람들이 누가 절에 오겠습니꺼?”
맞는 말이었다. 하오까지 내린 눈으로 인해 송년법회는 사부대중들만의 잔치가 되어야 했다. 그래도 열열당원(?)들은 폭설을 무릅쓰고 기어이 함께 동참하였다. 소박함을 위로 삼으며 사부대중들과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자광원 식구들이 함께 모여 송년을 보내야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자꾸 슬프다. 아니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늙어가는 일이 슬프다고 해야 할 나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눈이 와도 눈을 눈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연꽃처럼 세속에 발 담그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분명하게 있을 때
우리의 소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주게 될 것…
작년 앞마당 가득한 샛노오란 유채밭을 보며 감탄하자 우리 공양주 보살님이 “스님은 마냥 좋기만 합니까? 아이고 저 유채밭을 다 베려면 얼마나 고생될지 알기나 합디까?”라고 투덜거렸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냥 아름다움으로 볼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마음 아파온다. 처음 출가 할 때 스님은 세상사의 근심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줄만 알았다. 출가 전 어느 해 겨울 눈이 가득내린 속리산에 갔을 때였다. 눈 가득한 암자 앞을 지나는데 툇마루 햇살에 노스님 한분이 꾸벅 졸고 계셨다. 가까이 닿아가서야 조는 듯 앉아 계시는 줄 알았다. 눈꺼풀이 너무 처져서 눈을 뜨고 손가락으로 커튼처럼 쳐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서야 우리들을 볼 수 있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의식이 너무나 명료하셔서 더욱 놀랐다. 정말이지 ‘하릴없는 도인’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오랫동안 무위도인의 모습으로 마음에 각인 되었다.
산사 출가자들의 자유로워야 할 영혼을 멍들게 하는 현실의 벽들이 참으로 많아 안타깝다.
출가자라면 누군들 세상사에 발을 담그고 살고 싶을까? 주지이기 때문에 눈 덮인 사원의 아름다움을 기뻐해서는 안 되는 현실쯤은 애교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의를 손 뒤집듯 져버리고 이기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치는 9시 뉴스를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은 정말 마음 아프다. 또 우리들이 일체 모든 중생계가 제석천왕의 그물망 같아서 함께 아파해야 한다는 사상을 배우고 따르고자 하지만 마치 온 국토가 자신을 위해서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앞에서 우리는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국회 예산의 날치기파동 이후 부조리한 사회와 집단을 향한 많은 스님들의 목소리가 더욱 가지런해지고 힘이 실리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새해에는 지고지순한 가치를 가진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 곳곳으로 보다 분명하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한 송이 연꽃처럼 세속에 발을 담그고도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분명하게 있을 때 우리들의 소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주게 될 것이다.
해가 저물자 눈발이 현실처럼 차갑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차가운 눈을 맞으며 듣는 제야의 종소리는 무명의 세상을 단숨에 깨뜨리는 듯 힘차게 울러 퍼져간다. [불교신문 2687호/ 1월12일자]
댓글목록
단어님의 댓글
단어
여기서 사부대중은 절에 있는 사람들만을 가리키는 말인가 보네요.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리가 사부대중 인데, 일반 신도는 사부대중에 안들어 간다는 것으로 들리네요.
딴지 걸려는건 아니고, 단어 사용을 잘 하셔야 할 듯..
....님의 댓글
....우바새는 남자신도 우바이는 여자신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