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스님 / “저승길이 뭐 그리 급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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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5-30 01:22 조회7,0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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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스님 / “저승길이 뭐 그리 급해서…”
모자란 일손 돕는 데 ‘선수’
여유자적 생전모습 그리워
오월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피고 지는 꽃들의 향연이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처님오신날 장엄으로 이런저런 연등을 설치하면서 하늘에도 땅에도 꽃들로 가득 찬 이 마음이 넉넉해 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계절의 축복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옛날, 이 즈음에 도반의 가까운 스님들이 부처님오신날 일손을 덜어 준다고 연잎을 여러 박스 미리 준비하여 가지러 오라고 해서 이 도반스님은 초보운전 딱지도 떼지 않고 고물차 몰고 꽃잎 찾으러 먼 길을 나섰습니다. 연꽃잎을 차 뒤 적재함에 싣고 나오는 길에 철길에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여유 만만한 스님이 몇 번이나 시동을 걸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때 맞춰 기차는 오고 기관사도 밖을 보면서 손짓으로 “차 빼라”는 신호를 했습니다. 차 안에 있는 스님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고 더 당황해서 반 클러치 시동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상식도 이럴 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차는 급제동을 걸고 천천히 미끄러져 오는데 아직도 차는 철길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찬안에 있는 스님들. “관세음보살님”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고 순간 “꽝”하는 소리. 그리고 하늘로 피어나는 연꽃잎의 장엄이 무슨 일인가? 밖을 내다보는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멋진 연잎의 축제를 만끽했지만 정작 차안에 있던 스님들은 “죽었구나”며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반 클러치 시동이 걸렸는지 차가 조금씩 앞으로 이동을 했고 기차가 차를 받기는 받았는데 지프차 뒷 문짝만 날려 버리고 적재함에 있던 꽃잎 상자들이 하늘로 비상을 하면서 연꽃잎 축제를 연출했던 것입니다. 운전을 했던 도반 스님은 여유 있게 그 때서야 차에서 내려 사색이 된 스님들께 “괜찮지요?”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기관사에게도 가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관사가 도리어 스님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기차가 서서 사람이 다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냐는 생각을 모두가 했다고 합니다. 기관사는 재차 “너무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벌금 조금 나올 것이지만 걱정하지 마시고 조심히 가시라”고 했답니다.
그런 여유가 보기 좋은 도반은 가까운 스님들이 일손이 필요해서 부르면 언제나 달려갔고 때 되면 안부 전화 먼저 하면서 “중은 이렇게 먼저 마음을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작은 가르침을 주곤 했습니다.
오월의 찬란한 꽃잎 아래 연등을 달면서 이런 무용담을 들려주던 도반 생각이 납니다. 삶은 그리도 여유롭게 살았는데 어쩌자고 죽음은 혼자 서둘러 챙겨 가버렸는지 해마다 기일이 오면 많은 생각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가끔은 “꿈에라도 한번 나타나지 이 무심한 친구야. 어찌 이리도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나” 하면서 그리움에 젖기도 합니다.
딱 한번 꿈에서 생전의 그 여유 만만한 얼굴을 만나 “그렇지 죽은 것 아니었지? 나 놀리려고 어디 숨어 있다가 왔지?”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면서 꿈에서 깼는데 눈물이 어렸습니다. 그리운 도반의 법명은 성전스님입니다. 연꽃잎이 만발한 부처님오신날의 도량에서 도반의 이름을 다시 불러 보면서 낙화하는 꽃잎 속에 그 얼굴을 그려봅니다.
성 민 / 홍천 백락사 주지 [불교신문 2227호/ 5월10일자]
모자란 일손 돕는 데 ‘선수’
여유자적 생전모습 그리워
오월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피고 지는 꽃들의 향연이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처님오신날 장엄으로 이런저런 연등을 설치하면서 하늘에도 땅에도 꽃들로 가득 찬 이 마음이 넉넉해 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계절의 축복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옛날, 이 즈음에 도반의 가까운 스님들이 부처님오신날 일손을 덜어 준다고 연잎을 여러 박스 미리 준비하여 가지러 오라고 해서 이 도반스님은 초보운전 딱지도 떼지 않고 고물차 몰고 꽃잎 찾으러 먼 길을 나섰습니다. 연꽃잎을 차 뒤 적재함에 싣고 나오는 길에 철길에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여유 만만한 스님이 몇 번이나 시동을 걸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때 맞춰 기차는 오고 기관사도 밖을 보면서 손짓으로 “차 빼라”는 신호를 했습니다. 차 안에 있는 스님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고 더 당황해서 반 클러치 시동으로 조금씩 이동한다는 상식도 이럴 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기차는 급제동을 걸고 천천히 미끄러져 오는데 아직도 차는 철길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찬안에 있는 스님들. “관세음보살님”이 저절로 입에서 나오고 순간 “꽝”하는 소리. 그리고 하늘로 피어나는 연꽃잎의 장엄이 무슨 일인가? 밖을 내다보는 승객들의 입장에서는 멋진 연잎의 축제를 만끽했지만 정작 차안에 있던 스님들은 “죽었구나”며 눈을 감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반 클러치 시동이 걸렸는지 차가 조금씩 앞으로 이동을 했고 기차가 차를 받기는 받았는데 지프차 뒷 문짝만 날려 버리고 적재함에 있던 꽃잎 상자들이 하늘로 비상을 하면서 연꽃잎 축제를 연출했던 것입니다. 운전을 했던 도반 스님은 여유 있게 그 때서야 차에서 내려 사색이 된 스님들께 “괜찮지요?”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기관사에게도 가서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관사가 도리어 스님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기차가 서서 사람이 다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냐는 생각을 모두가 했다고 합니다. 기관사는 재차 “너무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벌금 조금 나올 것이지만 걱정하지 마시고 조심히 가시라”고 했답니다.
그런 여유가 보기 좋은 도반은 가까운 스님들이 일손이 필요해서 부르면 언제나 달려갔고 때 되면 안부 전화 먼저 하면서 “중은 이렇게 먼저 마음을 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작은 가르침을 주곤 했습니다.
오월의 찬란한 꽃잎 아래 연등을 달면서 이런 무용담을 들려주던 도반 생각이 납니다. 삶은 그리도 여유롭게 살았는데 어쩌자고 죽음은 혼자 서둘러 챙겨 가버렸는지 해마다 기일이 오면 많은 생각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가끔은 “꿈에라도 한번 나타나지 이 무심한 친구야. 어찌 이리도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나” 하면서 그리움에 젖기도 합니다.
딱 한번 꿈에서 생전의 그 여유 만만한 얼굴을 만나 “그렇지 죽은 것 아니었지? 나 놀리려고 어디 숨어 있다가 왔지?”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면서 꿈에서 깼는데 눈물이 어렸습니다. 그리운 도반의 법명은 성전스님입니다. 연꽃잎이 만발한 부처님오신날의 도량에서 도반의 이름을 다시 불러 보면서 낙화하는 꽃잎 속에 그 얼굴을 그려봅니다.
성 민 / 홍천 백락사 주지 [불교신문 2227호/ 5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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