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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무 사원의 ‘화염 속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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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8-19 07:32 조회7,9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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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이곳은 베트남 중부에 위치하고 있는 고도(古都) 훼(HUE)입니다. 오늘 저는 아주 특별한 이유로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흐엉강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티엔무(ThienMu)사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랍니다. 이 곳은 베트남 전쟁 당시, 눈 밝은 납자(衲子)들이 모여, 베트남 독립운동의 총본산 역할을 하였던 곳입니다.


티엔무 사원의 일주문 앞에 서면, 맨 먼저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정면에 우뚝 서 있는 빛바랜 다홍갈색의 7층 석탑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석탑 뒤 본당(本堂)을 지나면, 작은 인공 연못이 나타납니다. 그 연못 옆에는 지붕에 나팔꽃 넝쿨이 우거진 소박한 건물이 한 채 서 있습니다. 이곳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부패한 ‘응오 딘 지엠(Ngo Din Diem)’의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결연히 소신공양(燒身供養)을 선택하였던 ‘틱 광덕(釋廣德 Thich Quang Duc)’스님이, 사이공으로 떠날 때 몰고 갔던 자동차(오스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빛바랜 낡은 자동차 뒤편에는 한 장의 대형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사진작가 ‘말콤 브라운(Malcom Browne)’에 의해 촬영되어, 1963년 세계의 보도사진(퓰리처상)에 선정된 이 사진 속에는, 놀라운 장면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격렬하게 치솟아 오르는 화염(火焰)속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가부좌(跏趺坐)한 채, 선정(禪定)에 든 틱 광덕 스님의 마지막 모습이랍니다.


이 한 장의 사진과 마주하는 순간, 저는 ‘화염 속에 핀 연꽃’이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아무런 말도 덧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왼쪽 벽면에 걸려있던 두 장의 사진이 다시 눈에 띄었습니다. 쇠잔해가는 베트남 불교의 앞날을 유난히 염려하였던 스님의 사진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그 어떤 불의(不義)와도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수행자로서의 결연한 의지가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그 유명한 ‘영원의 심장(Eternal Heart)’으로 알려진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수많은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던 틱 광덕스님의 소신공양 의식이 끝난 후에도,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틱 광덕스님의 온 몸이 불타고 사그라졌건만, 웬일인지 몇 시간이 지나도, 스님의 심장만은 계속 불타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외신기자들에 의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간 이 한 장의 사진이야말로, 오늘날 베트남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흘 동안 같은 장소를 방문하여, 묵묵히 만트라를 염송하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어느 승려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설명하였습니다. 베트남과 매우 유사한 역사의 상흔(傷痕)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뼈저린 역사에 관해서. 그러자, 티엔무 사원의 여러 스님들과 그 곳을 방문하고 있던 세계의 수많은 순례자들도 저와 함께 합장하고 기도 드렸습니다.


1963년 6월4일. 베트남의 평화와 불교발전을 위해 기꺼이 소신공양을 올렸던 틱 광덕 스님의 고매한 정신과 함께, 또 한명의 승려를 기억해 주십시오.


2010년 5월31일. 한국정부의 무분별한 4대강 개발에 반대하여, 결연한 의지로 소신공양을 올렸던 우리들의 도반 문수(文殊)스님입니다. 그리고 잠시 그를 위해 묵념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그는 왜 하필이면, 수많은 군중이 지켜보는 드넓은 시청 앞 광장이 아닌, 아무도 찾지 않는 호젓한 산사에서, 그토록 비장한 최후의 결단을 단행해야만 했는지.


수해스님 / 불교신문 2691호/ 1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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