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3-14 04:06 조회7,43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강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
선담 | 해인사승가대학 3학년
마음에 여유라는 것이 틀고 앉았다. 그리고, 바람이 반가워지는 계절이 왔다. 산사의 길목 여기저기에서 신선한 초록 내음이 풍긴다. 불법佛法을 배우겠다고 해인사 강원에 와서, 절밥을 먹은지 3년이 다되어 가는 계절이 왔다.
불교의 초학자初學者인 예비스님이 사미계를 받고, 비구계를 받기 위해 수행정진하는 도량 가운데 한 곳이 강원이다. 강講이란,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히며, 외우는 것을 말한다. 원院이란, 큰 집이다. 강원은 4년제인데, 각 학년마다 20명 정도의 스님들이 있다. 소위, 도반道伴(불법을 함께 공부하는 짝) 이라고 하는 스님들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큰 방에서 동거동락 한다.
강원 생활은 쉽지 않다. 군대를 다녀온 스님들도 힘들다고 혀를 내두른다. 더구나 해인사 강원은 전국 어느 강원보다 생활하기 어렵다. 규율이 엄한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국 각지에서 온 여러 스님들과 한 지붕아래에서 4년 동안 모여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강원 생활에서도 재미나는 일들이 있다.
사실, 강원에서 재미난 일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수수한 일들뿐이다. 물질적인 것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기에 오는 멋이라고 보고 싶다.
1학년 시절, 발우 할 때의 일이다. 예불 시간을 제외하면, 어느 시간보다 엄숙한 기운이 감도는 시간이다. 밥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기침이 나오려고 하였다. 그때, 기침을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숨을 얼른 참고, 손으로 코를 집으려고 했다. 그런데, 늦었다. 그리고, 기침을 하려는 기운이 코로 나와 버렸다. 이 일로 윗반 스님들로부터, 발우 중에 코를 풀었다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구지 해명하려고 하지 않았고, 가벼운 참회로 끝난 일이 있었다. 강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이다.
강원에서의 생활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들이 많다. 수행자는 항시 모든 일들로부터 자성반조自性返照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간들이다. 예불 시간을 기다리고, 목탁 소리 · 죽비 소리를 기다린다. 경상經床을 깔고 간경하는 것하며, 큰 방을 청소하는 것하며, 생활의 일거수 일투족이 자신을 바르게 보게 하고, 돌아보게 하는 시간들이다. 오욕락五慾樂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기에 올 수 있는, 강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이다.
강원이 있는 사찰이면, 고두라고 해서, 북을 두드리는 소임所任이 있다. 그리고, 북을 두드리는 것은 각 사찰마다 특색이 있다. 그것은 북을 치는 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해인사의 경우에는 왼손으로 잡는 채는 곧은 반면, 오른손으로 잡는 채는 20~30도 정도 굽어 있다. 그것은 약과 강 박자를 치는데 있어서 해인사 강원이 가진 특색이다. 이 고두라는 소임을 살다보면 북을 치다가 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 보통 굽어진 오른손 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밑에서 교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스님이 즉시, 가지고 있던 채를 건네준다. 그런데, 곧은 왼쪽 채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강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강원에서 가장 재미나고 즐거운 일은, 道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 그 자체에 있다. 그리고 4년의 강원 생활이 끝나갈 무렵에는, 시간이라는 묘약이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해줄 것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콩나물 시루에서 콩나물이 자라듯이, 동거동락하면서 장판때를 서로 묻히는 가운데에서, 우리의 존재가 연기적 존재라는 것을 폭 넓고 깊게 자각해 나갈 때, 우리들은 비구계를 받을 수 있는 스님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강원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재미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욕락五慾樂을 추구하는 세속에서 벗어나, 산문에서 도반들과 함께 불법을 배우고, 수행을 논하며, 그것을 실천할 덕목을 기를 수 있다면, 강원은 좋은 수행처이다. 강원의 생활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준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탄력이 없다면 모든 생활에서 재미를 누릴 수 없다. 본질적인 것을 알아가려는 것만큼 참된 것도 없는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사바세계에서 법희선열法喜禪悅만큼 즐거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강원에서의 법희란 도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본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고, 코가 즐겁고 하는 등 오온五蘊에게 즐거운 것은 분명히 재밌는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재미는 오온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도를 찾으려고 하고, 불법을 배우려고 하게 될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재미있다. 수동적으로 하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하는 일이 재미있다. 즐거운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 재미라고 본다면, 그것은 분명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우리 한국 불교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이 깃들어 있다. 일체의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재미라는 것도, 재미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삶의 슬픔과 괴로움을 잘 아는 이가 기쁨과 즐거움도 잘 아는 법이다. 강원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월간 해인 2010년 7월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