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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땅에 묻힌 뭇 축생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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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4-22 06:51 조회5,9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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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땅에 묻힌 뭇 축생들이여!


성원스님 / 제주 약천사 주지


정말 한마음 돌이켜
이 사바의 모순된 현상을
진정 떠날 수 있을까?
용서받지 못할 분노가
밀려오기 전에 인욕에
정진을 더하고 싶다

밤새 꿈을 꾸었다. 유별나게 꿈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강원에 다닐 때 매일 아침 꿈을 꿈 이야기를 하면 도반들이 놀리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한 스님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밤새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는지 참으로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신비하게만 생각한 게 아니라 부럽게도 생각했다. 마치 높은 경지에 오른 도인의 경지쯤으로 생각하면서 꿈을 꾸는 자신이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도 졌다. 그렇다고 잠을 설치는 일은 절대 없다. 잠드는 시간은 정말이지 눈을 감는 시간보다 빠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늘 깊은 잠을 자고 깨어날 무렵쯤에 꿈을 꾸는 것 같다. 며칠 전의 꿈도 그랬다. 잠들기 전에 본 TV가 문제였던 것 같다. 살처분 당하는 어미 돼지가 아기 돼지들과 함께 포크레인으로 웅덩이로 밀쳐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봐야만 했다. 사실 말이 웅덩이지 매장터였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어린 돼지들이 마지막 밀쳐지면서도 어미돼지 곁에 붙어 있으려하는 모습을 직시해야만 했다. 살처분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정신적 공황에 빠져 정신치료를 받는다는 말을 백번 이해하고 남을 것 같다.

꿈을 꾸었다. 밤새 돼지들이 발톱에 빠알간 매니큐어를 바르고 내게 응살 부리며 다가왔다. 꿈에서 우습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그들은 내게 살려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놀아주기를 바라는 어린이들처럼 느껴졌다.

아직도 그 모습이 뇌리에 생생한데 오늘 살처분 가축이 200만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조류도 벌써 100만이 넘은지 오래다. 오늘은 여수에선가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 130만 마리 넘게 몰살당했다고 한다.

사바라는 말의 의미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찡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두고 사바세계라고 하는데 사바는 모순이라는 말이다. 모순이니까 그 모순에 직면했을 때 참고 견뎌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르게 감인(堪忍)의 세계라고도 한다고 했다.

정말이지 우리 인간들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으로 수백만의 가죽의 목숨을 죽여야 하는, 아니 살아 생매장 시켜야 하는 현실의 세계를 직시하려, 직시해보려 하지만 마음이 모질지가 못해서인지 자꾸 가슴만 아파온다.

산사에서는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할까보다. 뉴스를 보다보면 죽이고 터지고 충돌하는 사고의 소식이 너무 많다. 봉은사와 조계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에서 가축 천도재를 지내줬다. 정말이지 이렇게 밖에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픈 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차가운 땅에 이유도 모르게 묻히어 마지막 숨을 거두어야 한 무수한 생명들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밤마다 귓전을 오르내린다.

자꾸만 무서운 재앙이 다가올 것만 같다. 그 많은 생명들의 윤회의 삶이 그리 순조로울 수가 있을까?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마치 치욕스러운 이 대지의 추악함을 애써 감추려하는 것일까? 눈이 내리고 또 내리고 내린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대신 감추어라도 주려하는지 정말 온몸에 아련한 떨림이 자꾸 이어진다. 아픔도 슬픔도 측은함도 일체는 마음이 지었느니라! 정말 한마음 돌이켜 이 사바의 모순된 현상을 진정 떠날 수 있을까?

더 큰 용서받지 못할 분노가 밀리어오기 전에 인욕에 정진에 정진을 더하고 싶다. 눈이 마음껏 오는 날 인적 끊긴 산사에서 혼자만의 눈물로 뭇 축생들의 절규의 고통을 씻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산사의 편지에도 아픔이 자꾸만 묻어난다.



[불교신문 2697호/ 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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